로물루스 장군은 옛 왕조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지휘관이자, 한때 솔라리스 군사 아카데미의 총장을 겸임했던 인물이다. 전공이 화려하고 성품이 강직하여 왕국 전체의 버팀목이라 불렸으나, 왕조가 흔들리기 시작할 때 사악한 참언에 휘말려 국왕에게 외면당하고 말았다.
탐욕스러운 귀족들이 끊임없이 권력을 남용하고 백성들의 삶의 희망마저 빼앗자, 왕국 곳곳에서 반란의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고, 불길은 왕국 전역으로 번졌다. 다가오는 전쟁을 마주한 국왕의 측근들은 겁에 질렸고 누구도 혼란을 수습하려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국왕은 오래도록 잊고 있던 한 이름을 다시 떠올렸다.

가장 위급했던 순간 로물루스 장군은 혼란을 바로잡는 중대한 사명을 짊어지게 됐다. 로물루스는 왕조의 근위대를 이끌고 근위대보다 10배나 많은 반군 병력과 수개월간 대치했으며 심지어 역전할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점점 더 많은 생존자가 반군 부대에 합류했고, 장군 곁에 있던 병사들마저 전의를 잃고 이탈하기 시작했다.
결국, 로물루스 장군은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포로로 붙잡히고 말았다.

흠잡을 데 없는 품행 덕분에 포로가 된 뒤에도 장군은 관대한 대우를 받았다. 전쟁 포로수용소에서 지내는 동안 로물루스는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왕실과 귀족들의 부패가 민중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군인의 명예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 역시 그들과 같은 공범이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솔라시티가 함락되고 왕조는 멸망했다. 로물루스 장군은 반군 군사 고문 역할을 맡게 되었고, 후자는 한때 로물루스가 솔라리스 군사학원에서 가르쳤던 학생이었다. 그리고 그 제자는 관대한 품성과 통찰력을 갖춘 새로운 영주가 되어 로물루스에게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었다.

국왕에게 다시 기용되었던 해, 로물루스는 여전히 대신들의 견재를 받았고 그로 인해 로물루스가 창설한 '아이에테스'사냥 병단을 지휘하지 못하게 됐다. 결국 그 정예 부대는 왕국의 반대편 전장에서 사라졌고, 훗날 오랜 세월 동안 활약했던 영주 조차 아이에테스의 행방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그렇게 그 사건은 로물루스의 마음속 풀리지 않는 매듭으로 남게 되었다.
이제 나이가 든 장군은 은퇴를 결심했고, 지금의 그는 당시 전우들의 최후를 밝혀내기 위해 길을 떠날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