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라는 언제나 과묵한 얼굴로, '다가오지 말라'는 기운을 뿜어내고 있지만, 이건 오만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불안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람보다는 식물과 교류하기를 더 선호하며, 진먼과 제시가 만든 온실에서 며칠씩이나 시간을 보내고 한다. 그 속에선 시간이란 것을 완전히 잊은 채 지낼 수 있었다.
물론 그녀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니다. 같은 식물학자인 리디아, 또는 플로라를 도와 온도 조절 시스템을 만든 진먼 앞에서는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며, 흥미로운 주제가 나오면 눈을 반짝이며 말이 많아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의 엉뚱한 발상은 친구들에게 절대 미움을 사지 않았다.

식물학자로서 플로라는 타고난 천재였다. 몇 년 전, 정체불명의 인물이 남긴 씨앗 창고를 희망 연맹이 발견한 후, 그녀는 곧바로 이 길고 험난한 연구에 몰두했다. 그녀의 노력이 있었기에 식물의 추위 내성과 생산량이 대폭 증가하였고, 그 덕에 더 많은 생존자가 부드러운 빵과 신선한 과일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플로라가 식물에 보인 집착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그녀는 학자 집안에서 자랐고, 어릴 적부터 책에서 아주 오래전의 세계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그리고 색이 바랜 그림 속에서 푸릇푸릇한 풍경을 보게 되었다. 각종 꽃들이 어우러져 있는 정원, 생명력이 넘치는 정글은 그렇게 플로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전설 속 식물들에 대한 끝없는 환상이 있었기에, 플로라는 '신기한' 품종을 많이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중에는 독을 품은 육식 식물도 있었고, '성질 나쁜' 덩굴도 있었다. 물론, 어딘가 약간 불안한 식물 친구들이 문제를 일으킨 적은 거의 없다.

과거의 연구 중, 아카디아에서 전해 내려온 문헌은 플로라에게 많은 도움과 영감을 주었다. 그래서 아카디아의 생존자이자 박식하고 야망 있는 아그네스가 옛 보금자리를 재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플로라는 크게 감격했다.
아그네스의 이상은 플로라의 마음을 흔들었고, 플로라는 희망 연맹의 특사로서 새로운 아카디아의 재건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젠 아그네스와 함께 이 화산을 둘러싼 새로운 도시를 푸르고 생명력 넘치는 이상향으로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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